리더십 인사이트체스판에는 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지난 다음에 대부분의 리더 코칭아젠다는 “칭찬”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기억나세요?

그때는 리더분들에게 칭찬하기를 숙제로 내어 주기도 하고 칭찬하는 방법을 피드백 기법에 넣어서 연습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대부분의 리더분들은 엄청난 노력과 자신의 역량으로 그 자리에 까지 올랐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이 헤쳐 왔던 극적인 스토리들을 훈장처럼 가지고 있는 분들이였기에… 밑에 있는 부하직원들의 부족한 부분만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친구는 끈기가 부족해서 안돼!, 저 친구는 헝거리 정신이 없어! 내 때는 위에서 하라고 하면 멘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일단 하고 보는 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해 보지도 않고 뭔 놈의 핑계가 이렇게 많은지!…

실제 대기업의 CEO가 조직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리소스 즉 인적자원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하는 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의 축소판으로 스포츠게임과 비유가 되는 데…여러분도 2002년 월드컵 4강의 그 뜨거운 시간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때 우리나라 축가가 만들어낸 믿을 수 없는 성과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빼고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실 겁니다. 아마 2002년의 월드컵은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이 분석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 가운데 자신이 가진 자원의 부족 또는 부하직원의 역량부족을 탓하며 어쩔 수 없는 저성과의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하직원을 칭찬한다는 것은 달성 불가능한 과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칭찬이 어려운 리더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눈의 씻고 봐도 뭐, 칭찬 할 게 있어야지!” -

예전의 임원코칭에서 제가 코칭해야 하는 임원분이 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왠지 내향적이고 손님에게 내어 놓는 음료수부터 이것 저것 권하시며 처음 사무실을 방문한 코치가 불편하지 않는 지 온통 신경을 써 주시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분이셨는데.. 첫 세션 – 코칭의 기대치부터 프로세스 등등 할 이야기가 많았었는데 세션시간은 30분이나 오버해서 했지만 감사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실제 그분의 코칭을 요청하신 (혹은 지시하셨던 이라고 해야 맞을 듯 하네요) 그분의 상사이신 CEO 분과의 부하피드백세션으로 뵈었을 때… 그 상사분은 제가 코칭해야 하는 임원분과 완전 정반대의 스타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철저한 자기관리가 돋보이는 분이셨습니다. 눈에 레이저가 쏘면서 과연 이 코치가 제대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 낼지 스캔을 하고, 확실한 시간관리 – 30분 예정이였던 27분만에 끝냈고……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해당 임원분이 부족한 부분을 좍~ 나열하는 데 썼습니다.

그 미팅에서 열심히 코칭에 역점을 두어야 할 점을 받아 쓰면서 저는 어떤 생각을 했을 까요?

“아: 코칭을 받으셔야 할 분은 어쩌면 이분일 지도 모른다.”

체스를 둘 때 상대방과 나는 같은 자원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각각의 말들은 장단점이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퀸의 경우는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어 상대를 공략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공격에 역점을 두다 보면 실수로 잃어 버리게 되는 자원이기도 하지요.  체스에서는 퀸을 잡는 것은 퀸이 아니라 폰(병사)일 수 있습니다.  체스판에서 실제 경기를 하는 플레이어가 각각의 말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략, 전술의 상황에서 확실하게 사용할 때 경기를 이길 수 있습니다.

위에 사례에서 코치였던 제가 과연 해당 임원분을 6개월만에 CEO 가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역량을 갖춘 임원분으로 만들 수 있었을 까요? 아마 그게 가능할 코치가 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만 전 안타깝게도 그렇게 한 사람을 6개월만에 완벽하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코치는 아니였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였을 까요?  해당 임원분에게는 CEO 의 시각에서 본인의 스타일이 어떻게 해석되고 보여 질지 거울을 대어 주는 것… 그러한 기대치의 차이가 감정적 대치상황을 극복하고 서로의 장점을 바라 볼 수 있게 도와 주는 것 이였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자신을 볼 수 있는 – 역지사지의 관점 –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대의 기대치를 읽어 내고 스스로 부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코칭세션을 마무리하면서 CEO 분에게 이렇게 이멜을 보냈습니다.

“체스를 두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체스판에는 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루크, 비숍, 나이트 등 각자의 행마법을 가진 다양한 병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칸씩 직진 전진만 가능한 폰이 있습니다. CEO의 역할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의 강점을 파악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실행할 때 적재적소에 그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제가 코칭기간동안 상무님의 많은 장점과 강점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으로 상대를 마음을 얻고 신뢰를 주는 분이십니다. 업무적으로는 단호함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똑똑한 부하직원들이 그분의 단점마저 채워 주고 싶어지는 분입니다.  감히 사장님께 드릴 수 있는 말은 상무님은 사장님께서 원하시는 다재다능한 퀸은 아닐지 모르지만 유능하신 사장님께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체크메이트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사장님께서 퇴직하셔서 소주한잔하자 할 때 제일 먼저 달려와 줄 좋은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멋진 분이라 믿습니다.”

그 뒤에 그분은 한참 더 조직에서 계셨습니다.

리더 여러분, 부하직원들의 다양한 강점 역량이 보이시나요?  당신은 용기있는 사람입니다.


A brave man acknowledges the strength of others

Veronica R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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